@ecogil211
광복 80주년 기념 <아무개의 나라>
8월 9일 "봄날" 공연을 보고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공동대표, 녹색불교연구소 소장, 60+기후행동 BTN(방탄노년단) 단장 김윤기 기념사업회 회장
(이영숙선생님과 신명훈선생님께)
한두 달 전부터 여러 통로를 토해 소문이 높았던 공연이었습니다. 단원 중에 아는 분들이 계셨고, 예전 솔라시에서 함께 공연한 인연도 있어 궁금하고 기대하는 마음으로, 종교사회단체 간 연대활동으로 자주 갔던 원불교 소태산홀을 찾았습니다.
세심함이 돋보인 완성도
우선 펼쳐든 팸플릿이 예사롭지 않더군요. 표지 그림과 사진, 제목과 페이지가 서로 다른 파스텔 톤의 화사한 컬러로 구성되어, 각각의 면에 정성을 아낌없이 쏟아 만든 테가 역력했습니다. 제가 본 많은 공연 플릿 중 가장 뛰어난 작품수준의 팜플랫 중 하나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 다. 무엇보다 광복 80주년 관련 설명글과 유장한 역사적 내용, 그리고 드라마틱한 낭송 대본이 강렬한 사회 역사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점 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음악적으로 단원들이 전곡을 암보하고 낭독극 대본을 모두 외우며 일일이 연기 지도를 받았다니 그저 경탄스럽습니다. 대체로 50대가 넘은 분들이고, 몇몇 분은 70에 가까워 보이는데도 그 나이에 쉽지 않은 암보의 고역스러운 노력을 해내신 것에 진심으로 찬사를 보냅니다. 그래 서 당연히 지휘자의 사인에 몰입감이 높아 음악적 표현이 훌륭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차임벨, 북, 징, 장구 등 지휘자의 음악적 욕 심(?)을 위해 각 노래마다 연주까지 해야 했던 단원분들의 지휘자에 대한 신뢰감을 높이 평가합니다.
20명이 안 되는 합창단원들의 볼륨 균형이 비교적 좋았습니다. 혹시 개인별 음향기기를 사용했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니면 공간의 울림이 아주 좋았거나, 역시 단원들 자신의 노력 덕분이었을 것입니다. 2년밖에 안 된 단원들의 개인 음악적 완성도는 아직 발전의 여지가 있 지만, 뒤편에 여러 대의 마이크를 배치하며 총연출을 맡은 분의 음향에 대한 꼼꼼함이 느껴졌습니다.
탁월한 영상과 무대 연출, 차별화된 예술역량
중간 영상 또한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왕정의 복구가 아닌 민중이 주인 되는 공화제로의 전환이라는 독립운동의 혁명적 메시지가 잘 전달 되었고, 영상 디자인의 글자나 구성도 훌륭했습니다.
단원들의 의상도 각별했습니다. 보통의 드레스와 연미복이 아닌 전통복을 선택한 것도 독특했거니와, 특별히 디자인된 듯한 처음 보는 분위 기여서 의상 전담자가 따로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예술단이 여느 합창단과 구별되는 결정적 차이는, 평범한 곡 해석을 용납하지 않는 이현관, 강반디라는 출중한 편곡자이자 작곡가 그리고 연출자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또한 내용의 전문성과 입체적 메시지, 노래의 작사까지 담당한 이건범, 모든 노래를 훌륭히 지도하고 기 어코 암보로 발표하도록 이끈 지휘자 심형진님의 노력이 주효했다고 봅니다.
후렴을 자르고 조바꿈으로 변화를 준 이 산하에>, 장대한 <만주출정가>의 화성, 바하 스타일과 히브리 합창 분위기가 묘하게 결합되어 세 련되게 편곡한 <독립군가>, 감동의 절정 <착한 전쟁은 없다>의 작곡까지. 여느 합창단이 범접할 수 없는 경지입니다.
더욱이 이 두 분의 작곡가가 열정을 다해 만든 초절기교 수준의 고난도 피아노 반주를 안정적으로 해준 피아니스트 엄영신님 또한 이 단체의 큰 보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열정과 결속력의 산물
다시 말하지만, 일일이 화성의 편곡과 반주부를 작곡하고, 새롭게 노래를 만들며, 높은 수준의 영상을 제작하고, 예술작품 같은 팸플릿 디자 인, 역사적 완성도가 높은 낭송 대본, 조명과 의상, 녹음시설과 단원들의 암보와 연기 등을 보면서 이 예술단은 정말 완벽한 작품을 만들려는 열정과 의지가 대단히 높을 뿐만 아니라, 내부 단원들 간의 구심력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분들 사이에 서로에 대한 애정과 신 뢰, 그리고 높은 결합력과 최선을 다하려는 에너지가 있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완성도였기 때문입니다.
한국 진보 음악문화의 새로운 희망
무엇보다 과거 80-90년대 노래를 찾는 사람들로 대표되는 노래운동의 열정이 이제 흐려지고 기후위기 전환시대 진보적 음악문화를 담당 할 주체가 많아 보이지 않는 이때, "봄날" 같은 특별한 문화단체의 출현은 참으로 고맙고 소중한 일입니다. 과거 거칠게 불렀던 운동권의 노 래를 이렇게 예술적 완성도를 높인 수준 높은 문화로 향유할 수 있게 해준 "봄날"의 모든 분들의 노력을 높이 치하합니다.
최근 윤석열 탄핵과 새로운 사회를 위한 운동과정에서 많은 대중운동단체들이 합창단을 만들며 조직을 구성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봄날"의 존재는 단연 돋보입니다.
저의 다소 과한 주례사 비평 같은 찬사는 이후 공연의 티켓을 공짜로 받고 싶은 사심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 아무쪼록 총연출과 지휘 자의 극강의 욕심을 단원들이 인내심을 갖고 잘 받아내시어, 단연 눈에 띄는 문화운동단체로서의 명성을 쌓아나가시길 기대하는 마음 때문이 기도 함을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끝}